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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용택 칼럼 ] 효사이민불거(效死而民弗去)
이름
인천하늘고
등록일
2023-02-08

“하늘이 보는 것은 우리 백성이 보는 것에서 비롯되고(天視自我民視), 하늘이 듣는 것은 우리 백성이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天廳自我民廳).”

이 말은 <서경(書經)> '태서(泰誓)', <맹자(孟子)> '만장(萬章)' 편에도 있다. 뜻을 풀어보면 하늘은 눈이 있지만 백성의 눈으로만 보고, 하늘도 귀가 있지만 백성의 귀로만 듣는다. 백성이 무엇을 보면 하늘도 그것을 보며, 백성이 무엇을 들으면 하늘도 그것을 듣는다. 이것은 백성이 곧 하늘이라는 민본사상의 선언이다. 이것은 2300여 년 전 중국 전국시대의 제후들이 천하의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싸울 때 들판에는 시체들이 나뒹굴어도 이를 거둘 지도자가 드문 살벌한 상황에서 나온 사상이기에 더욱 빛난다.

 

백성과 함께 죽을 각오를 보인다면 그들은 왕 곁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맹자는 백성이 곧 하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도자와 백성의 뜻이 조화를 이루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진 임금으로 알려진 등(騰)나라 문공(文公)이 맹자에게 자문을 청했다.

“등나라는 작은 나라입니다. 강대국인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껴서 시달리고 있습니다. 제나라를 섬겨야 하나요. 아니면 초나라를 섬겨야 할까요?”

이 난감한 질문에 맹자는 “이러한 국가 대사를 내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략을 제시한다면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백성과 함께 성호(城壕)를 깊이 파고 또 백성과 함께 성(城)을 높이 축조하여 백성과 함께 나라를 굳게 지키면서 백성과 함께 죽을 각오를 보인다면 그들은 왕 곁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강대국 사이에서 어려움을 당하더라도 승산이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것이 <맹자> '양혜왕 하편' 13장에 나오는 유명한 “효사이민불거(效死而民弗去)”이다.

맹자의 말은 어쩌면 지금 우리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같다. 세계가 양 진영으로 갈라지고 미국과 중국의 각축이 심하게 전개될 때 우리의 자리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고 그에 따라 경제도 위축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는 항시 전쟁과 위기가 엄습해오리라는 불안 속에 정치·경제·사회가 요동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막장드라마만 연출할 것이 아니라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백성을 먼저 생각하고 하늘같이 모신다면 방법이 없지 않다는 걸 국민은 알고 있다.

 

하늘 끝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 용기

기자가 한 원로 연기자에게 오늘의 정치를 어떻게 보냐고 묻자 “대본도, 연기도 형편없다”고 일갈한 것을 정치인들은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강대국의 첨예한 이해관계에서 우리의 힘만으로 일이 되도록 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국민이 모를 리 없다. 그러나 나라의 근본인 국민과 지도자가 단결한 모습을 외국에 보일 때 우리는 사대(事大)는 하되 굴욕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 지도자라면 일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하늘 끝을 오르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국민을 위해서라면 힘들게 오른 '하늘 끝(天涯)'에서라도 뛰어내릴 수 있어야 나라의 큰 기둥이 아닌가.

김구 선생이 38선을 넘었을 때, 그는 평생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의 목숨마저 내던졌다. 미소 갈등이 심화하는 국제정치 상황 속에서 평양에 간다는 것은 이미 죽을 각오를 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구 선생은 쓰레기 같은 비밀첩보원에게 암살당한 것이 아니라 민족의 장래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내놓았던 것이다.

다시 맹자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추(鄒)나라와 노(魯)나라 사이에 전투가 벌어지자 추나라 목공(穆公)이 맹자에게 가르침을 구했다.

“내 밑에 있던 고관 중에서 군대의 대장으로 나가 싸우다 전사한 사람이 33명이나 되는데, 졸병으로 따라 나간 백성 중에 대장을 지키고 전사한 사람이 한 명도 없으니 대단히 괘씸한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졸병으로 나간 백성들을 처형하려고 생각하니 그 수가 너무 많아 다 벨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한다면 자기 윗사람이 죽는 것을 오히려 통쾌하게 바라보면서 구할 생각은 않고 못 본 체한 꼴이니 이런 백성들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침묵하는 다수, 국민이 곧 하늘

맹자는 “이런 일이 일어난 까닭이 있습니다. 흉년이 들고 유행병이 돌면 백성 중에 늙은이와 어린아이의 시신이 도랑에 뒹굴고 장성한 자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가버리는 사람이 수천 명인데도 임금의 곡물 창고에는 곡식이 넘쳐나고 재화창고에는 돈과 보물이 가득했지만, 임금의 참모 중에 이런 상황을 고한 자가 한 사람도 없으니 이는 주위에 높은 신하들이 태만하여 백성을 죽인 것과 같습니다. 일찍이 증자(曾子, BC 505~BC 436, 효[孝]와 신[信]을 생활의 근본으로 삼은 공자의 수제자)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조심하라, 조심하라(戒之戒之). 너에게 나온 것은 반드시 너에게로 돌아가느니라!”라고 답했다. 이어서 맹자는 거침없이 말했다.

“이것은 백성들이 비로소 되갚은 것입니다. 임금께서는 백성들의 허물을 탓하지 마시고 먼저 인정(仁政)을 베푸시면 백성들은 윗사람을 자기 몸처럼 생각하고 대장을 위해서 생명을 기꺼이 바칠 것입니다.” '양혜왕 하편' 12장

이 얼마나 무서운 하늘의 말씀이요, 백성의 마음인가. 국민은 평소엔 말이 없지만, 때가 되면 꼭 기억하고 행동으로 실행한다는 것을 정치인들은 가슴에 새겨야 한다. 즐거움도, 괴로움도 백성과 함께 해야 한다(與民同樂 與民同苦). 그러면 천하의 걱정이 줄어든다. 임금을 천리(天吏)라고 하는 것은 하늘을 대신하는 낮은 벼슬아치를 뜻한다. 임금은 천하의 주인이 아니기에 낮은 곳으로 내려오고 더 내려와 하늘 같은 백성 앞에 겸손하고 끝없이 높이 모시라는 의미이다. 왜냐하면 침묵하는 다수, 국민이 곧 하늘이기 때문이다.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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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천일보(http://ww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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