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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칼럼]신화에서 찾는 지혜(인천일보-17.10.18)
이름
하늘고등학교
등록일
2017-10-18

http://www.incheonilbo.com/?mod=news&act=articleView&idxno=783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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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에 살아 숨 쉬는 민족의 긍지와 지혜 
서양문명의 원초(原初)라는 그리스 문명과 문화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유효하며 힘이 있다. 그 속에 잉태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감정과 정서가 사람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그 신들이 가지고 있는 괴력(怪力)이 소멸된다면 장터에서 아우성치는 인간 군상과 하나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신들 가운데에도 특별히 애정이 가는 너무나 인간적인 신이 있으니, 제우스의 뜻을 거역하고 하늘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선물한 프로메테우스(Prometheus)이다. 신들의 제왕 제우스의 분노를 산 그는 코카서스 산 절벽에 묶인 채 매일 아침 독수리가 간을 쪼아 먹히는 벌을 받게 되었다. 물어뜯긴 간은 밤사이에 다시 돋아나 다음날이면 또다시 반복되는 천형의 죄를 인내하는 그 정신이 인류의 사랑, 아름다움의 끝없는 추구, 철학, 수학 그리고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있는 파르테논(Parthenon) 신전의 신비함을 낳게 한 것이다. 그 언덕 밑에 그리스인의 자존심을 걸고 2006년에 신축한 아테네 박물관에서 해질 무렵, 파르테논 신전을 올려다보는 풍광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중국에는 요순(堯舜)시대가 있다. 중국만이 아니라 동양에서 제왕이나 정치인이 가장 흠모하는 이상국가, 이상사회를 흔히 요순의 치세로 상징된다. 왕조나 정권교체기에 살육전이 벌어지는 일이 없이 덕과 봉사, 그리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 받는 참된 일꾼이 임금이 되는 선양(禪讓)이라는 풍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요순의 정치를 유교에서는 맹자(孟子)가 이론으로 체계화했고, 도교(道敎)에서는 무위정치(無爲政治)로 이상화했다.  

우리나라 단군 임금과 같은 시대인 요임금 시절 22년간의 심한 홍수로 백성들이 물과 짐승들을 피해 나무 위에서 생활하거나 산속 동굴로 찾아들었다. 이들의 고통을 내려다보고 측은하고 불쌍하게 생각한 용신(龍神) 곤(鯤)은 홍수를 해결하고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방법을 찾기에 고심했다. 어느 날 옥황상제의 구중심처(九重深處) 어느 곳엔가 끊임없이 불어나는 흙인 식양(息壤)이라는 신비한 보물이 있는 것을 알아냈다. 곤은 식양을 찾아내어 지상으로 내려가 백성들을 위하여 홍수를 막기 시작했다. 식양은 과연 신기한 것이어서 조금만 떼어 던지면 산이 되고 둑이 되어 물길을 막아주어 평화가 찾아왔다. 그러나 이를 알아챈 상제(上帝)는 크게 화를 내고 불의 신 축융(祝融)을 보내 곤을 우산(羽山)에서 죽이고 남은 식양을 가지고 하늘로 돌아갔다. 

인류를 사랑하는 깊고도 강렬한 열정 때문에 무덤에서도 그 혼은 죽지 않아 삼년 만에 무덤이 갈라지고 용이 나오니 그가 바로 곤의 아들이며 훗날 하(夏)나라의 시조인 우(禹) 임금이다. 곤은 식양으로 홍수를 막고 물을 말리는데 힘썼으나 우는 물길을 터서 홍수를 해결하는 치수(治水) 공법으로 요 임금의 신임을 받아 왕위를 선양 받아 나라를 세운다. 신(神)으로부터 시작된 치수가 인간에 의해 매듭을 짓는 것이다. 그 사이에 벌어진 엄청난 시련과 세월 그리고 피나는 노력은 『열자(列子)』 「탕문(湯問)」편에 나오는 우공이산(愚公移山) 정신과 같다. 오래 전 쑨원(孫文, 1866~1925)이 주창했던 염원은 장강에 삼협(三峽)댐을 만들어 물이 부족한 황하(黃河)로 보내는 남수북조(南水北調)의 실현이었다. 중국은 20여년의 세월을 들여 땀과 노력으로 삼협댐을 완공하였다. 또 중국공산당의 30년 장정(長征)은 덩샤오핑(登小平)의 개혁개방 40년이 지났으나 지금도 시작이며 진행 중이다.  

지난 백여년 동안 안으로는 부패와 분열, 밖으로는 외세의 침략으로 산하가 찢기고 헐벗었던 중국이지만, 그래도 기사회생(起死回生)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끈기와 저력 그리고 중화(中華)라는 긍지가 이어진 덕분이다. 그 저변에는 곤의 정신이 황하와 장강 속에 깊이 스며들어 흐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삼국유사』에 단군신화가 나온다. 환인(桓因, 하느님)의 서자(庶子) 환웅(桓雄)이 천하에 뜻을 두고 인간 세상을 구하고자 했다.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알고 아래로 백두대간(또는 묘향산)을 내려다보니 널리 인간을 이롭게(弘益人間) 할 만한 땅이 펼쳐져 있었다. 환웅은 하늘의 아들이라는 증서(天符印)와 인간세계를 다스리는데 필요한 무리 삼천여 명을 거느리고 태백산 정상 신단수(神壇樹) 아래로 내려와 신시(神市)를 열었으니, 이 분을 환웅천왕(桓雄天王)이라 했다.  

어느 날 곰과 호랑이가 같은 굴에 살면서 환웅에게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빌었다. 환웅은 신령스러운 쑥 한 타래와 마늘 20쪽을 주면서 "너희가 이것을 먹되 백일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곧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기를 잘 지킨 곰은 여자가 되었지만 인내심이 적은 호랑이는 사람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사람이 된 웅녀(熊女)는 혼인할 상대가 없어 매일 신단수 아래서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빌었다. 환웅은 잠시 사람으로 변해 웅녀와 혼인하여 아들을 낳았으니 그가 훗날 이 나라를 건국한 단군 임금이며 1500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다 산신(山神)이 되었다. 이때 그의 나이가 1908세였다. 단군신화를 비합리적이고 해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그리스·로마신화는 해괴(駭怪)하고도 망측(罔測)하기까지 하다.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고 자식이 아비를 살해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우리는 일찍이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괴력난신(怪力亂神)을 피하라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상상의 날개를 접었다. 일제 때는 민속신앙의 뿌리인 무속(巫俗)을 미신이라고 뿌리째 베어버리고 말았다. 무속에서 부르는 노래, 이야기, 전설에는 천지창조도 있고 인간의 애절한 정서와 함께 영웅담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라의 주인이 되는 첫 번째 의무는 무엇인가 
지금 우리에게는 그리스신화 속 프로메테우스도, 중국신화 속의 곤도 그리고 환웅천왕도 없다. 종전이 아닌 휴전으로 시작된 전쟁의 위기는 64년이 지난 오늘날 언제 핵전쟁으로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다. 그것도 우리의 뜻과는 관계없이 진행되고 있으니 슬프고 통곡할 노릇이다. 후손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평가할지 생각해보면 얼굴이 붉어진다. 세계 어디에도 자국의 이익을 배제하고 한국을 도울 나라가 없다는 현실을 뼈아프게 느껴야 한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자제하고 국민의 생존을 위한 절실한 목표와 이에 따른 방략을 세워야 한다. 국민은 옳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말고 분연히 일어나야 한다.  

고대 로마는 세계 제국이라는 이상을 잃었을 때 시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평화와 통일이라는 이상과 희구가 열화와 같이 한국인의 가슴에 뛰고 있다. 절대로 의기소침하고 절망해서는 안 된다. 단군은 인간을 너무나 사랑해서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정치를 펼쳤다. 그는 하늘에서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그의 후손인 고구려의 동명성왕도, 백제를 건국한 온조 대왕도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천하를 개척했다. 백수의 제왕인 호랑이도 버티지 못한 시험을 통과한 끈기와 인내력이 우리 조상의 정신이다. 이런 시기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책은 대통령이나 정치인에게만 미룰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 살고 있는 칠천만이 서로 머리를 맞대어 핵무기 아니고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행동해야할 때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평화와 통일에 대한 우리의 굳은 의지를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 이것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첫 번째 의무이기 때문이다. 평화와 통일이라는 시대의 소명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우리에겐 신화의 시대에서 역사의 시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끈기와 인내심이 있지 않은가. <21쪽, 2017.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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