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이 수준있는 학생 선발가능"

정시는 수능 위주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1일 서울대가 발표한 2014학년도 입시안은 수시모집 위주로 무게중심을 확실하게 옮기고, 수능비중을 줄이는 대신 입학사정관을 통한 대학 자체평가로 학생을 뽑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정시모집에서는 수능비중을 높여 수시모집에서 선발하지 못한 학력 우수학생을 놓치지 않겠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이번안은 입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고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겠다는 정부 정책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2014학년도부터 수능을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으로 구분해 학생들이 선택하되, 대학이 어려운 B형은 두개 이상 요구할 수 없도록 한 수능개편과도 관계있다. 

◇수시모집 일반전형 수능기준폐지 = 서울대가 수시모집 비중을 종전 79.9%에서 82.6%로 늘린 것은 수시모집의 비중을 늘려온 기존 흐름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수시 비중을 2012학년도 60.8%에서 2013학년도 79.9%로 대폭 올렸고 2014학년도에 또다시 3% 포인트 정도 올렸다.
 이런 가운데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한 것은 상당한 파격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대는 기존에 이미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2개 영역 이상에서 2등급 이상 정도로 요구, 1등급 이상을 요구해온 상당수 사립대보다는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왔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기로 한 것은 서울시립대에 이어 서울대가 두번째다.
 서울대 측은 수능성적 없이도 서류평가와 면접 등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신입생 학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박재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서류 평가 등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수준있는 학생을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학교 내에서 이뤄지는 교육활동을 중심으로 잠재적 발전 가능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고 학생들의 입시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시모집 학생부 반영 줄이고 수능 비중 확대 = 정시모집에서는 학생부 반영 비율이 현행 40% 수준에서 10%로 줄고 수능 성적 반영 비율이 30%에서 60%로 커진다.
 정시모집 자연계열 면접·구술고사에서는 수학과 과학 공통 문항을 출제하지 않고 전공 적성과 인성만을 평가하게 된다.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애 지원자들에게 ''수능 부담''을 덜어준 만큼, 정시모집에서는 전형 특성을 살려 수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경범 서울대 입학본부 교수는 "정시모집 전형을 단순화해 학생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개편했다"며 "고교 1학년 때 내신이 부족한 학생도 2, 3학년 때 열심히 하면 지원과 합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부 반영 비율을 줄이는 정시모집이 외고나 과학고 등 내신에서 불리한 특목고생에게 유리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박 입학본부장은 "정시모집 선발 인원 자체가 줄었고, 쉽게 출제하는 A형과 현행 수준의 B형 중 선택하는 방식으로 수능이 치러지면 특목고생과 일반고생의 수능 성적에도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대비하나 = 입시전문가들은 서울대 입시안이 수시에서 수능비중을 줄인만큼 무엇보다 학교생활에 충실해야하며, 지원하려는 모집단위에 대한 지식 및 소양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유웨이 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폐지되고 면접 및 구술고사에서 전공적성 및 인성면접이 확대됨에 따라 학생부 성적이 우수한 지방의 학교생활 우수자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정시모집에서는 수능비중이 강화된데다 모집인원도 감소하므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에 따라 비중이 감소했다곤 하지만 학생부 역시 소홀히 할 수 없고, 논술 및 면접ㆍ구술고사도 철저히 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대가 한국사 필수를 유지하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을 제외한 학생들의 한국사 기피 현상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